6대 3의 의미, 절망과 희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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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년 전인 2001년 9월 27일 일요일에 시행되는 사법시험이 기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하여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질서 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서…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선고하면서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는데 위 사건의 경우 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에 찬성하여 선고되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10년,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한국 정부는 주 5일제 근무 정착을 위해 국가 고시 토요일 시행 시험 실시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국가 고시를 토요일에 시행하기 시작했고, 일요일에 시행되던 사법시험은 재림교인들의 안식일인 토요일 주간 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림교인들이 종교 자유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법재판소는 2010년 6월 24일, 같은 논리로 재판관 9명 전원의 찬성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내 전체 대학교 중 70% 이상이 토요일에 입학시험을 치르고 있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31개 시험 중 절반 이상인 18개 시험이 토요일에만 시행되며 어떠한 예외 조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참고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국제사회에서는 국가시험에 ‘종교적 합의[Religious Accomodation]’라고 불리는 종교 배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재림교인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생이 연 2회 실시하는 간호조무사 시험이 모두 토요일에 시행되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간접 차별을 인정하게 되면서 재림교인들에게 희망이 보이는 듯했으나, 국가시험원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수용 의사를 표명했고, 결국 이 사건은 헌법재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은 2년이 넘도록 장기간 진행되었고 치열한 공방이 있었으며,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9명 중 3명은 ‘시험이 반드시 토요일 오전에 시험이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한 번은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시행할 수 있고, 시험을 토요일에 시행하더라도 그 시간을 일몰 후로 조정하는 방법이나 미국·캐나다 등의 입법례와 같이 종교적 이유로 공지된 날짜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수험생들에게 다른 날짜에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시험 시행 인력 확보의 어려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등과 같은 행정적 이유는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정당화하기에 부족한 사정에 불과하다.’, ‘청구인과 같은 재림교인들이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교리를 위반할 수밖에 없도록 하여 사실상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라는 등의 이유를 결정문에 남기며 종교 자유의 침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6명의 재판관은 토요일 시행 시험이 토요일 응시를 직접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기존 헌법재판소가 결정해 온 논리와 같은 내용으로 토요일 시행 시험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아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2023년 6월 29일,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던 것과 같은 날인 2023년 6월 29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일요일을 종교적 성일로 준수하는 우체국 직원이 일요일 업무를 거부하여 징계받은 것에 대해 근로자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라는 상반된 판결을 선고했다.
위와 같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림교회가 1904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선교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많은 재림교인이 직업 선택에 제한을 받아오며 고초를 겪어 왔는데, 2023년인 현재에도 이와 같은 고초에 대한 구제에 대해 다수의 재판관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법 현실을 절감하는 ‘절망’이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종교 자유의 사건에서 9명 전원의 기각으로 일관되던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3명의 헌법재판관이 종교의 자유 침해를 인정한 ‘변화’에 대해서는 ‘희망’이라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절망과 희망의 사이에 서 있지만, 여전히 많은 재림 청년이 ‘안식일 준수’라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바, 무게 추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게 될 것인지는 그려지는 듯하다.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이사야 41장 13절).
- 신명철 변호사, 한국연합회 종교장유부 법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