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준숙 코치의 ‘행복한 사춘기’(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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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습관적으로 ‘자녀가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거’라고 전제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부모 자녀 관계를 힘들게 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와 뜻이 충돌되더라도 그럭저럭 말을 듣습니다. 아직 정서적 독립 시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 누군가의 간섭이 본능적으로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알아서 할 수 있음에도 부모의 걱정은 끊이지 않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사사건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것이 못마땅해집니다. 부모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찌질해 지는 자신이 싫어집니다.
누구라도 싫은 상황에 놓이면 몸에서부터 거부 반응이 나타납니다. 부모와 소통이 아닌, 고통의 관계에 있는 자녀는 매사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성향을 보이기 쉽습니다. 무엇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대부분의 반응이 부정적입니다. 몸은 움츠러들어 있거나 구부정하며, 습관적으로 이를 악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막말을 뱉어내거나 투덜거리기 일쑤입니다. 뚱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고, 별일 아닌데도 슬퍼 보이거나 무표정하고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게 대화를 시작했다가도 폭력적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성인이란 ‘부모로부터 자립한 사람’을 말합니다. 자립은 신체적 독립, 정서적 독립, 경제적 독립 그리고 심리적 독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사춘기에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는 시기입니다. 정서적 독립이란 좀 더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라는 측면에서 누구나 겪어야 할 성장 과정입니다. 모든 성장에는 크고 작은 성장통이 뒤따릅니다. 성장통을 그럭저럭 다뤄보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키우고, 인간관계의 문을 열어 세상을 ‘나답게’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식이 말을 안 들으면 부모는 자식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합니다. 부모를 괴롭히는 자식은 불효자입니다. 부모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식을 불효자로 만드는 부모도 많습니다. 자식 때문에 괴로워도 말고, 자식도 괴롭히지 않는 관계, 자녀의 정서적 독립을 돕는 부모가 효자를 둔 부모입니다.
효자를 둔 부모의 품은 자녀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안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동감과 순수함 그리고 정직을 경험하게 합니다. 무한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지지를 경험할 수 있게 품을 내어줍니다. 설혹 실패했더라도 수용과 격려를 통해 다시 용기를 내도록 응원합니다.
부모와 사랑의 관계에 있을 때 자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싶은 게 자녀의 본능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일은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 모두 원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과 건강한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의 마음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불타는 사람은 인간에게 위임된 가장 높고 가장 거룩한 사업 곧 선과 자비와 진리의 부요함을 세상에 전하는 사업의 발전을 돕는 일을 하나의 의무로만 여기지 아니하고 기쁨으로 생각할 것이다” - <사도행적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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